지난 5월부터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연을 맺어 '1인가구의 몸 돌봄'을 주제로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작업이 진행될수록 점점 깊은 동굴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1인가구'가 정확히 무엇인지, 한 공간에 홀로 사는 사람을 말하는지, 옛날식 '가족' 개념에서 벗어나 사는 사람을 말하는지. 혼자 사는 건 어떤 건지, 어느 정도의 분리와 고독, 혹은 고립을 수반하는 삶의 양식을 칭하는 건지, 잠만 같은 지붕 아래 자면 혼자 사는 게 아닌지. 수없는 질문들에 우두커니 멈춰서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바쁜 세상에 혼자서 부유하고 고립된 듯한 날들을 느끼던 시절에는 '1인가구'의 삶이 원래 이런가 보다 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집 비밀번호를 내어준 동반자들이 생기고, 잘 때마다 옆구리를 내어주게 되는 반려견이 생기니, 주민등록상에는 변한 게 없는데 뉴스나 정부가 이야기하는 '1인가구' 맞나 싶었습니다. 어쨌든 '1인가구 지원'의 정체성을 띈 사업에 참여하면서, 시작 전에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했던 프로젝트 목표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이제는 어떤 '사업 성과'와 '효과'를 이야기해야 하나 깊이 고민 중입니다. 계획했던 목표 중 이룬 건 없고, 계획했을 때 가지고 있던 생각들은 흩어지고, 머리는 어느 때보다 비어있습니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과 작별하는 시점, 상상치 못한 대화를 환영할 공간, 새로운 시각과 서사로 문제를 재조명할 힘이 이제서야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