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에 무너진 월담, 다시 뛰는 8월 (워크샵 OPEN) 님, 7월 어떻게 보내셨나요.
우여곡절 끝에 인사드립니다. 변화의월담입니다.
유난히 혼란스럽고 힘겨웠던 7월이었습니다. 레터 한 통 보내지 못할 정도로요.😭
6월의 마지막 주말을 '생존을 위한 놀이' 클럽 사람들과 힘차고 즐겁게 보냈어서 7월은 스타트가 참 좋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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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월 생존을 위한 놀이 클럽 <월담의 월담: 뉴 파쿠르> 에서 균형을 잡고 (월담이 특별 제작한😁) 정글짐에 매달려 공놀이를 하는 참가자들 (자세한 스토리를 보고 싶다면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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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올해 월담이 가장 주력해서 준비하고 있던 지원사업이 일시중단되었습니다. 한국사회의 젠더 규범('남자/여자 애가 ~해야지, ~하면 안 돼' 하는 자잘한 인식, 행동 코드)들 속에서 점점 움직이는 자유와 힘을 잃어버리고 있는 아이, 어른들을 생각하며, 다양한 몸들이 편히 숨쉬고 즐겁게 뛰노는 방법을 찾아가는 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서류, 면접 심사, 대면 오리엔테이션까지 마치고 지원금 1차 교부일을 바라보며 함께 협력해주실 사진 작가, 영상 제작자를 찾아 열심히 소통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지원금 교부가 미뤄지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엥, 뭐지?'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협력하기로 한 사진 작가님이 기사들 보았나며 연락을 주셨어요. 바로 아래 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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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의원이 여가부의 '청년성평등추진단' 사업이 젠더 갈등을 조장, 심화시킨다며 여가부장관에 전화를 걸어 "전면 재검토"하게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결국 600만원의 사업비를 약속했던 여가부는 모든 절차를 뒤엎고, 어떠한 확답을 주지 않은 채 무작정 기다리게 하였습니다. 하루, 하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안 하던 검색을 시작하면서 추악한 혐오의 세계를 또 새롭게 목격했고, 극심한 불확실성과 혼란 속에서 몸과 마음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15일 뒤 여가부에서 침묵을 깨고 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젠더와 성평등 아젠다를 빼서 사업을 수정하면 (사업비 주는 거 장담은 못 하지만) 살펴봐줄게" 라는 어처구니 없는 통보였습니다. 상상도 못한 현실이었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사회에,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거지? 어떤 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여태까지 사회의 온갖 만행을 보고 분노하는 시간들이 있었는데도, 멘붕이 왔습니다. 한 달 1만원도 모으지 못하는 현실에서, 세상에 빛이 되는 일을 실험하는 몇 백만원의 힘은, 답답하리만큼 적법절차를 따지는 행정 체계에 대한 막연한 믿음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여가부와 직접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같은 백래시를 받은 이웃 단체들과 수많은 의견을 주고 받으며 다시 일주일이 지나갔습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여가부를 해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과 이번 지원사업은 미안하게도 수정없이 전면 취소를 해야 겠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두번째 통보를 받으니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삶(생존), 신념과 희망을 걸어 힘겹게 쌓아올리고 있던 일이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근본없는 정치 스캔들로 쓰고 버려졌는지요. 이에 어떻게 공동 대응을 할 것이며, 꺼져버린 사업의 불씨는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전화로, 메세지로 또 수십 건의 소통이 오갔습니다. 그렇게 7월이 지나갔습니다.
혹시 님은... 무사하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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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의 시작, 몸이 무사히 바닥을 칠 수 있게 하는 것
암흑의 7월을 기어가며, 참 많은 걸 겪었습니다.
사회에 필요한 일을 부단히 고민하고 즐겁게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 서로의 몸을 지키는 게 첫번째인 월담이들에게도, 몸이 와르르 무너지는 날들이 왔습니다. 눈을 뜨기 힘든 아침들과 눈을 감기 힘든 밤들이 오고 갔습니다. 동료가 집에 와서 몸을 두들겨줘야 잠이 들고 마사지를 받아야만 바닥에서 겨우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일어나지 못하는 몸을 무자비하게 자책하는 시간들도 통과하였고 (궁지에 몰리다 못해 동료에게 울컥 화를 내고 눈물 펑펑 쏟으며 대화하는 시간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는 나락의 밑바닥까지 계속 가라앉을 수 있도록 몸을 놓아주는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렸습니다. 몸이 무사히 바닥을 치기를요.
이제 8월입니다. 이제 월담이들도 무사히 바닥을 치고 조금씩 늪을 헤쳐가기 시작했습니다. 1분, 5분, 10분 조금씩 걷기 시작했고, 털기 시작했고, 다시 맥없이 가라앉는 걸 허용하는 시간도 계속 연습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일도 다시 꾸려가고 있고요. 그간 월담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소식을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든 시간이 있었던 만큼, 8월은 더 사려깊고 즐겁게 함께 몸을 살펴줄 수 있는 장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8월 중순까지의 소식 간단히 전하며 다음 레터에서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 8월 워크샵 소식들
[D-2] 8/6 놀이재활 클리닉 <Rolling in the Deep 1: 늪에서 헤엄치는 힘> 워크샵
[D-9] 8/13 놀이재활 클리닉 <Rolling in the Deep 2: 늪에서 굴러나오기> 워크샵
[D-9] 8/13 한국성폭력상담소 <10대를 위한 적극적 합의 놀이터> 워크샵
[D-13] 8/17 트라우마치유센터 사람마음 <1인 가구 여성 힘 기르기> 온라인 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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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놀이클리닉 <Rolling in the Deep: 무기력 늪에 빠진 몸 구출 워크숍>
7월에 놀이클리닉을 열지 못한 만큼 8월의 놀이클리닉은 2회차로 구성됩니다. 무기력과 우울, 혼란의 늪에서 힘겹게 헤엄치고 있는 몸들, 모두 환영합니다. 딱딱하게 굳고 말라가는 관절들을 물에서 헤엄치듯 부드럽게 돌려주며 힘든 시기를 헤쳐나갈 에너지와 영감을 나누어요.
⏰ 1회차 8/6 토요일 오전 11시 - 13시
2회차 8/13 토요일 오전 11시 - 13시
🛝 1호선 대방역 스페이스살림 2층 다목적활동실
💁♀️ 6명 정원 (1회차, 2회차 따로 신청해 주세요. 빨리 마감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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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존중하는 소통을 배우는 <10대를 위한 적극적 합의 놀이터>
성폭력 사건들을 끝없이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은 증폭하고, 이에 따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자기방어훈련이 높은 관심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협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몸을 지키는 신체정신 훈련만을 생각한다면, 우리 몸은 조금 더 강해질지 몰라도 계속해서 몸이 딱딱하게 경직되는 문제를 다루지 못해 결국 몸은 고통받게 됩니다. 몸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몸을 살리는 것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존중과 평등에 기반한 안전하고 따뜻한 몸의 접촉, 몸의 소통을 경험하고 배우는 것. 그것이 무엇이 잠재적 위협인지 얘기해 줄 몸의 감각뿐만 아니라, 서로를 살릴 소중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드는 데 근간이 될 것입니다. 10대 청소년(20대 초 후기 청소년들까지 환영해요)들과 함께 몸으로 따뜻하게 맞닿으며 사려깊은 관계의 자양분이 될 경험들을 나눠봅니다.
⏰ 8/13 토요일 오후 3시-6시
🛝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 (합정역)
💁♀️ 15명 정원 (빨리 마감될 수 있어요)
- 놀면서 적극적 합의를 알아가고 싶은 청소년
- 몸을 존중하는 경험을 나누고 싶은 청소년
- 다양한 몸을 만나보고 싶은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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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7 1인 여성가구로 살아가기 위한 힘 기르기 - 온라인 워크샵
트라우마 치유센터 '사람마음'이 1인 여성 가구의 힘을 기르는 온라인 워크샵을 엽니다. 삶의 힘을 경제력, 체력, 덕후력, 매력이라는 4개의 주제로 나누는 장이고, 이후 안전한 연대가 가능한 소모임을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월담은 이 프로그램에서 '체력' 편을 맡아 8/17 수요일 저녁, <노는 힘 : 체력, 새롭게 이해하기>라는 온라인 세션을 엽니다. 혹시 님은 '체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몸의 힘, 즉 나를 끌어안고 삶을 헤쳐가는 힘은 근육량과는 무관합니다. 오히려 따뜻한 관심, 접촉, 변하는 리듬과 재미를 찾는 창의력이 '체력'의 핵심입니다. 기존 체육이나 헬스 산업에서 하는 '몸을 만드는' 운동이 아니라, '지금 그대로의 몸'에서 힘을 끌어내는 방법과 스토리를 나눠보고 싶다면 함께 해주세요. 일상에서 경직되고 무너져가는 몸을 살리는 움직임과 놀이들을 공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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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어떤 여름을 보내고 계신지, 어떤 생각과 경험들 속에서 파도를 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면, 혹은 월담과 함께 힘을 모으고 싶다면, 편히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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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레터를 다른 사람과도 나누고 싶으신가요? (레터 신청 링크는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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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월담 - 몸으로 세상의 문제를 풀다 -
온갖 위협과 불안 속에서도
즐거운 몸의 돌봄과 연대를 지키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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